[러닝 다이어리] 하이힐 러닝
어싱
공원 한쪽에는 맨발걷기 코스가 있다. 전에는 다양한 크기의 자갈, 나무, 요철이 있는 대리석 등으로만 구성된 길이 이제는 황토가 대세인듯 황톳길이 생겼고, 아예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 구덩이도 있다. 걷기 코스 입구에는 수도 시설도 잘 돼 있어서 많은 분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흙을 밟으며 소위 요즘말로 '어싱 Earthing'을 하신다.
공원 트랙이나 도로에서도 맨발로 걷거나 뛰는 분들이 있다. 맨발로 걷는 거야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뛰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대단한 분들이다.




맨발의 아베베
비킬라 아베베(Bikila Abebe)는 에디오피아 사람으로, 1960년 로마올림픽과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마라톤 2연패를 달성했다. '맨발의 아베베'는 20세기까지만 해도 달리기/마라톤과 아무 관계가 없는 일반인들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맨발로 마라톤을 뛰었고, 로마올림픽에선 당시 세계 기록인 2시간 16분 15초 2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황제 친위대 병사였다고 하는데, 집에서 근무지까지 매일 40킬로미터를 걸어서 출퇴근했고, 이 때 길러진 체력이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 정도를 매일 걸으면, 어느날 마음 먹기만 한다면, 마라톤도 가능한 걸까? 걸으면 뛸 수 있다.

로레나 - 샌들의 마라토너
로레나 라미레스(María Lorena Ramírez Hernández)는 멕시코 타라우마라 부족인데 전통복장인 긴 원피스에 샌들을 신고 달린다. 울트라 마라톤에서 다수 우승할 정도로 실력자. 넥플릭스 다큐 [로레나-샌들의 마라토너](2019)에서, 부상으로 받은 운동화를 살펴보더니 "이건 안 신을 것 같다. 이런 거 신은 사람들 다 내 뒤에서 달린다"고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녀의 집은 학교까지 5시간이 걸리는 거리에 있고, 이 부족은 산에서 뛰어 다니는 게 일상이다.


트랙에서 만나는, 샌들과 구두와 하이힐 러너
어느날 힘들게 트랙을 돌고 있는데, 앞에서 뛰는 여성이 샌들 바람이었다. 운동화를 신은 나와 비슷한 속도로 뛰고 있었고, 전혀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뛰고 있었다. 로레나 다큐를 보기 전이었고, 아베베 생각도 할 틈 없이 달리는 것 자체가 힘들던 때여서, 참 신기했다. 나는 샌들을 신고 조금만 걸어도 상처가 나던데...
가끔은 출퇴근 길인 듯 구두나 하이힐을 신고 트랙에서 걷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 또 간혹은 뛰고 싶어 죽겠는지 몇 십 미터를 뛰어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남자들은 보통 하이힐 굽만 봐도 '사람이 어떻게 저 위에 서 있을 수 있지?' 싶은데, 걸을 수 있는 신이니 뛸 수도 있나 보다.

걸을 수 있으면 뛸 수 있다.
많이 걸으면, 잘 뛸 수 있다.
무엇을 신든, 뛸 수 있다.
러닝화 하나로 1,000KM
당연히 나와 아내는 운동화를 신고 뛴다. 그래도 벅차다.
두달 정도를 (한 번에 길게는 아니지만) 쉬지 않고 뛰었더니 무리가 돼서, 핑곗김에 운동화를 장만했다.
새삼 운동화의 고마움을 느끼면서 고이 모셔가며 신고 있다.
NRC앱에 운동화를 등록하는 기능이 있는데 새 운동화를 산 김에 등록까지 해본다.
여러 가지 기입하는 항목 중에 '이 운동화로 몇 킬로미터를 뛸 건지' 목표를 기입하는 칸이 있었다.
둘 다 1,000km 칸을 선택했다.